[108배 102일차]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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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일기

[108배 102일차]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by 모모콩 2021. 9. 15. 10:51

[108배 102일차]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108배 102일차 _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나무가 그랬다 

 

비바람 치는 나무 아래서 

찢어진 생가지를 어루만지며

'이 또한 지나가리라' 울먹이자 

 

나무가 그랬다.

 

정직하게 맞아야 지나간다고 

뿌리까지 흔들리며 지나간다고 

 

시간은 그냥 흘러가지 않는다고 

이렇게 무언가를 데려가고

다시 무언가를 데려온다고 

 

좋은 때도 나쁜 때도

그냥 그렇게 지나가는 게 아니라고 

뼛속까지 새기며 지나가는 거라고 

 

나무가 그랬다. 

 

오직 그때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행운의 때건 불운의 때건 지금 이 순간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고 

 

비바람 치는 산길에서 

나무가 그랬다

나무가 그랬다.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_ 박노해 

 

 

2021년 9월 15일 108배 인증과 오전 10:35분의 회사 마당에서의 하늘.

 


악으로 깡으로 버틴날들도 있었지만... 
그 시간들로 병이 오기도 한다.


작은 접촉사고로 찾아갔던 한의원에서는 진맥을 하더니.
"어떻게 된거냐. 도대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길래.
몸에 기력이 하나도 없다. "

의사의 말이 나를 책망하는 듯 했다.


'도대체 뭐가 니 몸을 이렇게 껍데기만 남게 만들었니.
너 이러다 죽어. 정신차려.'라고 하는 것 같았다.


친구와 갔던 어느 식당에선 나오는 길에 사장님이
제가 한말씀만 드려도 될까요? 하시더니...


"이러다 죽어요. 지금 당신은 곧 죽을 사람들의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아요.
제가 하나 알려드릴께요. 이번 주말에 당장 목욕재개하고 산에 다녀오세요.
올라가서 욕심을 다 버리고 오세요. 다 내려놓고 오세요. "


나는 정말 살고 싶었다.
당장이라도 이 지옥같은 마음속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 주말에 나는 정말로 목욕재개를 하고 산에 올랐다.
처음으로 혼자 산에 갔던 날이었다.
바위산은 너무 높고 힘들었다. 
난 따끈 따끈한 순대 2인분을 포장해서 배낭가방에 넣고 올라갔고
그렇게 올라간 산에서 아까 나를 다 지나쳐 갔던 할아버지들과 
나눠 먹었다.
젊은 사람이 거의 기어서 올라오더만 뭐 이런걸 다 사왔어.
하시며 맛있게 드셨고, 나는 막걸리 한사발을 들이키고 
한잔을 더 사서 산에 뿌렸다. 
살고 싶다. 잘 살고 싶다. 도와주세요. 조상님들. 혼자 정상에 올라 섰다는 벅차오름으로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할 수 있다라는 작은 새싹 하나가 가슴속에서 꿈틀거렸다.


지랄발광, 집착, 미친년같이 롤러코스터를 타던 그때가 모두 지나고 나니..
시야가 선명해지고 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친듯이 나를 찾기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햇님달님이가 없는 나는 세상에 없었다.
이 오누이들을 하루라도 못본다는 것은 나에게 자유를 빼앗고 독방에 가둬버리는 짓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보다 더 강한 아이들, 놀라웠고 너무나 고마웠다.

땅굴속에서 나오자 세상의 아름다움이 보이기 시작했다.

출근길 가득 피어 있는 꽃들이 얼마나 나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지~

맛있는 음식과 좋은 책, 하고 싶은것들이 넘쳐 났고 

무뎌졌던 나의 오감들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독하게 버티고 해내자 라는 마음으로 부러지지 않으려고 화이팅을 외치던 그 순간들도

나에게 필요한 때였고 살면서 내가 이렇게 꾸준한적이 있었나? 진작에 이렇게 살았음

서울대 갔을텐데... ㅋㅋ 

그러나 너무 강하면 아품도 온다. 며칠 강하게 앓기도 한다.

 

바람이 불면 바람을 느끼면서 몸을 맡겨도 보고, 그 바람속에서 춤추는 법을 배우면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누리자.

하루에 한번 하늘도 올려다 보고, 별도 보고, 들꽃들도 보면서 살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드러누워 발을 까딱 거리며 책을 읽다가 달콤한 잠에 빠져 보기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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